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한국 축구를 둘러싼 두 가지 큰 이슈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나는 홍명보 감독의 대회 이후 거취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적인 여론을 넘어 경제학적 관점, 즉 인센티브 구조·주인-대리인 문제·거버넌스 비용의 렌즈로 이 사안들을 분석해보겠습니다. 특히 감독 연봉, 협회 운영비, 친선경기 개최 비용 등 구체적인 비용 구조를 팩트 기반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주인-대리인 문제’로 읽기
홍명보 감독은 2024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임 과정 자체가 상당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당초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K리그에서 성과를 내던 홍명보 감독으로 방향을 틀면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경제학에서 이런 상황은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로 설명됩니다. 팬(주인)은 대표팀의 성과를 위임했지만, 실제 의사결정을 하는 협회 집행부(대리인)의 이해관계가 주인의 이해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과 정해성 위원장 라인의 의사결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비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로 이어진 사태는 곧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초래한 신뢰 비용의 표출입니다.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관측하기 어려울수록 감시 비용은 커지고, 그 부담은 결국 한국 축구 전체가 떠안게 됩니다.
감독 연봉이라는 ‘고정비용’, 얼마나 될까
감독 거취를 비용의 관점에서 보려면 먼저 감독 연봉이라는 대규모 고정비용을 짚어야 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역대 대표팀 감독들의 연봉(세전 추정치)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보입니다.
- 거스 히딩크(2001~2002): 연봉 약 2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수준이었습니다.
- 파울루 벤투(2018~2022): 코칭스태프 전체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약 25억~30억 원 규모로 보도되었으며, 계약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총액 부담이 컸습니다.
- 위르겐 클린스만(2023~2024): 연봉이 약 20억~29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조기 경질되면서 잔여 계약에 따른 위약금이 별도로 발생해 협회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습니다.
- 홍명보(2024~): 국내 감독으로서 외국인 감독 대비 연봉 부담은 낮은 편으로, 연간 십수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경제학적으로 주목할 점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 감독 개인 연봉 외에도 외국인 코칭스태프 인건비, 체류·통역 비용, 세금 부담(세전 계약이면 협회가 세금까지 감당)이 함께 붙어 총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으로의 선회에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별개로 이러한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이 작동한 측면이 있습니다.
월드컵 성적이 거취를 결정하는 ‘성과연동 계약’
냉정하게 말하면 홍명보 감독의 거취는 오롯이 성적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결과에만 보상을 연동하는 성과연동형 보상(performance-based compensation) 구조에 해당합니다. 한국 축구 감독의 거취가 늘 월드컵 본선 결과에 좌우되어 온 사례를 보면 이 계약 구조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 2002년 히딩크: 4강 신화 이후 자연스러운 계약 만료로 명예롭게 퇴임
- 2010년 허정무: 원정 첫 16강 진출 후 성과를 안고 사퇴
- 2014년 홍명보: 조별리그 탈락(1무 2패)으로 대회 직후 사퇴
- 2018년 신태용: 독일전 승리에도 16강 실패로 재계약 무산
- 2022년 벤투: 16강 진출로 성공적 평가, 계약 만료로 이별
이 흐름을 보면 홍명보 감독 역시 16강 진출 여부가 사실상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2026 월드컵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조별리그 통과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은 경제학적으로 중요합니다. 성과 목표(baseline)가 상향 조정되면 시장의 기대치도 함께 오르기 때문입니다. 즉 32강 진출은 ‘초과 성과’가 아니라 ‘기본 성적’으로 재평가되고, 이는 감독에 대한 재신임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기대치 인플레이션을 낳습니다. 결과에만 의존하는 보상 구조는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문제(단기주의)를 필연적으로 동반합니다. 성적이 나쁠 경우 남은 계약기간의 위약금이라는 매몰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과연동 계약은 사실상 협회가 큰 재정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차기 감독 선임, ‘거래비용’을 줄이는 시스템
홍명보 감독 이후를 논하기에 앞서, 반복되는 감독 선임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홍명보로 이어지는 잦은 감독 교체는 경제학적으로 막대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매몰비용(sunk cost)을 발생시켰습니다. 계약 협상, 위약금, 새 철학 정착에 드는 학습 비용이 매번 리셋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클린스만 경질 사례처럼 임기 중 교체가 발생하면 잔여 연봉에 해당하는 위약금(수십억 원 규모)이 고스란히 협회 손실로 잡힙니다.
차기 감독 후보군의 비용-편익 구도
2026 월드컵 이후 감독 선임을 논할 때 후보군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며, 각각 뚜렷한 비용-편익 구조를 가집니다.
- 검증된 외국인 감독: 벤투처럼 장기 계약으로 팀 철학을 이식하는 유형. 편익은 크지만 연간 25억~30억 원대의 감독+스태프 인건비, 세금 부담, 체류비까지 감안하면 협회의 재정·행정 역량이라는 예산 제약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 유럽 무대 경험이 있는 국내 지도자: 선수 시절 유럽 경험을 지도력으로 전환한 인적자본(human capital) 투자형 후보군이 늘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비 연봉 부담이 낮아 비용 효율성이 높습니다.
- K리그 검증 지도자: 국내 리그 우승 경험을 갖춘 감독들로, 협상 거래비용과 인건비가 모두 낮은 대신 국제 무대 검증이라는 정보 불확실성이 남습니다.
핵심은 ‘누구’냐가 아니라 ‘어떻게’입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명확한 선임 기준과 평가 지표를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참여자들의 신뢰가 쌓이고, 반복되는 선임 논란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살림살이’, 운영비용의 경제학
감독 문제와 맞물려 더 근본적인 사안이 바로 축구협회장 거취와 선임 문제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 취임 이후 3연임을 이어왔고, 4선 도전 여부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장직을 이해하려면 먼저 협회가 다루는 돈의 규모부터 알아야 합니다.
협회 예산과 운영비용의 구조
대한축구협회의 연간 예산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수입원과 지출 구조를 비용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입원: 나이키 등 용품 후원 계약(연간 수백억 원 규모로 알려짐), 각종 스폰서십, 중계권료, FIFA·AFC 배분금, 입장권 수입 등으로 구성됩니다. 후원 계약은 협회 재정의 핵심 기둥입니다.
- 인건비·운영비: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건비, 협회 직원 인건비, 사무국 운영비 등이 고정비로 나갑니다.
- 대표팀 운영비: 소집 훈련, 이동·숙박, 장비 등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의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친선경기(A매치) 개최 비용이라는 변수
팬들이 잘 모르는 큰 비용 항목이 바로 평가전(친선경기) 경비입니다. 국가대표팀 A매치는 수익 사업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을 수반합니다.
- 상대팀 초청료(매치 개런티): 강팀을 홈으로 불러오려면 수십만~수백만 달러의 초청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유럽 강호나 남미 강팀을 부를수록 개런티가 치솟습니다.
- 원정 평가전 비용: 유럽 원정 평가전의 경우 선수단·스태프 항공료, 숙박비, 현지 경기장 대관료 등이 발생하며, 원정 한 차례에 수억 원이 들기도 합니다.
- 중동·해외 개최 논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에서 열린 평가전이 ‘흥행 대비 과도한 비용’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개최지 선정 자체가 비용-편익 판단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즉 A매치 개최는 중계권·입장권 수입이라는 편익과 초청료·이동경비라는 비용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의사결정이며, 이 판단권을 사실상 협회 집행부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거버넌스의 투명성이 중요해집니다.
회장 4선 논란과 ‘권력 집중’의 비용
대한체육회 규정상 임원 연임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정몽규 회장의 4선 시도는 이 심의 과정에서부터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 시도 파문, 국가대표팀 운영 잡음 등이 누적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적으로 장기 집권은 지대추구(rent-seeking)와 견제 실패의 위험을 키웁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자원 배분을 왜곡할 유인을 갖기 때문입니다.
축구협회장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닙니다.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하고, 감독 연봉·친선경기 초청료·후원 계약 등 굵직한 지출 결정을 총괄하며, 국가대표팀 운영부터 유소년 육성, 심판 제도, K리그와의 관계 조율까지 아우릅니다. 즉 회장직은 대규모 희소 자원 배분권을 쥔 자리이며, 그 선임은 특정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축구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전체의 효율성과 직결됩니다.
팬들이 주목해야 할 제도경제학적 쟁점
회장 선임 이슈를 볼 때 감정적 지지·반대를 넘어 다음 요소들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이는 모두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억제하는 감시 장치의 문제입니다.
- 선거인단 구성의 대표성: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 구조가 실제 현장의 선호를 반영하는가(대표성의 비용)
- 재정 투명성: 후원 계약 금액, 감독 연봉, 친선경기 경비 등 예산 집행 내역이 공개·감사되어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가
- 독립성: 감독 선임에서 회장 개인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작동하는가(권력 견제 비용)
- 연속성: 회장 교체 시에도 유소년 육성 등 장기 투자가 흔들리지 않는가(정책 일관성의 편익)
두 이슈가 맞물린 한국 축구의 갈림길: 인센티브 설계의 문제
홍명보 감독 거취와 회장 선임 문제는 별개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옵니다. 바로 인센티브 구조와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감독 한 명, 회장 한 명을 바꾼다고 해서 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은 ‘사람’이 아니라 ‘유인 체계(incentive system)’가 결과를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모든 논란이 덮이고, 성적이 나쁘면 모든 책임이 감독에게 쏠리는 악순환은 결과 변수 하나에 모든 보상과 책임을 몰아넣은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의 산물입니다. 수십억 원의 감독 연봉과 위약금, 수백억 원의 후원 계약, 매 A매치마다 발생하는 초청료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집행되는지 불투명하다면, 그 비용은 곧 팬과 한국 축구 전체가 부담하는 거버넌스 비용이 됩니다. 진정한 변화는 성적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즉 명확한 선임 기준, 투명한 예산 집행, 장기 육성 로드맵이라는 제도 자본(institutional capital)에서 시작됩니다.
2026년 이후를 위한 제도경제학적 제언
팬과 미디어가 요구해야 할 것은 특정 인물의 사퇴나 유임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대리인 비용을 낮추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입니다.
-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선임 기준과 회의록 공개(정보 투명성 확보)
- 감독 연봉·위약금 조건, 후원 계약, 친선경기 경비의 정기 공시(재정 감시 비용 절감)
- 국가대표팀 운영에 대한 외부 전문가 감독 기구 도입(견제 장치 강화)
- 유소년 육성 예산의 비율과 성과 지표 투명화(장기 투자 유인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대회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감독 선임과 협회장 선출을 어떤 규칙과 유인 체계로 처리하느냐가 향후 10년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누가 자리에 앉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센티브 구조로, 그리고 어떤 비용 통제 시스템으로 그 자리를 채우느냐’입니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합리적 비판이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본문에 언급된 감독 연봉, 협회 예산, 친선경기 경비 등의 수치는 언론 보도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이며, 정확한 금액은 협회의 공식 회계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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